대학을 10년 다니면서도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몇 분 안계시는데, 도당체 난 뭘 했던 것인가.. 허무한듸..
그렇지만 기억에 딱!! 남고 내 가치관에 영향을 준 교수님 두 분이 계시다면 마광수 교수님과 홍성찬 교수님이다.
마광수 교수님은 어느날 수업시간 중에 '진중권 개새끼!!'를 시전하셨다. 너무 분노해서 그러시길래 나는 마광수 교수님이 우파 인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또 어느날 수업시간 중에는 '이문열 개새끼!!'를 시전하셔서 나는 가치관에 혼동이 왔다. 아! 이념 진영 논리에 전혀 매몰되지 않은 분이구나!! 느꼈다. 그냥 개인주의자이고 자유주의자였다. 나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홍성찬 교수님은 경제사를 가르치셨다. 강의 초반부에 경제사를 배우는 의의를 말씀하시면서 '인간사는 돌고 돌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할 가치가 있다.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역사가 흘러간다' 라는 뜻으로 얘기하셨다. 나는 너무나 궁금해서 손들고 질문을 했다. 대학 10년 동안 손들고 질문한 건 몇 번 안되는데, 당시 너무 궁금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면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실패할지, 성공할지 예상 할 수 있을텐데 왜 자꾸 실패하는 역사를 반복합니까!!' 여쭤봤다. 솔직히 교수님도 좋은 답을 못 줄 것이라 생각했다.
교수님이 대답하시길, '역사라는 것은 한 두 사람의 의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절대 다수의 필요성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고 상황이 변해도 사람의 본성이란 것은 언제나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을 때 그걸 헤쳐나가는 방식도 비슷하고 그 간에서 같은 실수도 반복된다. 그것으로 실패가 있을 때 또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것도 이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라고 하셨고 이야기 끝에는 마르크스의 '절대적 필요성에 의해 필연적 귀결로 치닫는 추세' 얘기를 해주셨다.
소오름이 끼쳤다. 마르크스 성님의 지리는 통찰력을 아주 압착해서 개쩌는 한 문장으로 담아냈는데, 문장 자체가 너무나도 간지 터져서 중2병 걸린 당시 새내기에게 아주 쎈쎄이셔널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닥치는대로 역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심 3일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한 권 읽고 말았다. 내가 그 때 역사에 심취해서 더 많은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의 고통은 피해갈 수 있었을 거인디 이래 되었다.
이래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보다^^;;
요즈음 세상이 크게 빠르게 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도 어떤 큰 맥락에서 같은 궤적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고.
삼국지를 한 번 더 읽고 이런 때 어떤 놈이 살아 남는지 다시 한 번 복기해야겠다.
오늘의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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