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부자 친구는 아부지가 imf 시절 빚을 끌어다 주식에 몰빵을 한 것이 몇 년 후 수십억이 되어 부자가 됐다 했다. 인터넷에도 imf 시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시절, 이런 때!! 딱!! 주식 인생 몰빵으로 부자된 사람들 이야기가 레전설로 떠돈다. 그리하야, 나도 아!! 금융위기 한 번 더 오면!! 인생 몰빵!! 신용미수풀빵!! 바로 조진다!! 가즈아!! 항상 다짐을 해왔다.
코스피 지수가 2,200을 넘나들던 2020년 초. 1월에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했단 소식이 들려왔지만 남의 나라 얘기라 그런지 코스피는 순항했다. 2월 코스피, 약간의 충격이 있었지만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2월 초에 움찔!! 쫄았던 코스피가 2월 중순에는 반등하여 다시 전고점으로 향해갔다.
나는 기다렸다. 이런 큰 전염병은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리 없다. 사스.. 메르스.. 사례를 찾아봤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으니깐 나는 선례를 찾아보고 개부자댈덧^^ 자신감이 차올랐다.
2월 중순이 지나자 전염병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 공포. 그래. 공포에 사라했다. 어둠의 공포가 모두 사라지고 밝은 새벽이 동틀 땐 이미 내가 빨 꿀은 없다. 지수가 2,000 밑으로 빠졌다. 공포. 극심한 공포. 남들은 쫄아서 못사지만 나는 주식 베테랑이니깐 지금 사야지^^ 헤헤^^ 부자^^ 그래!! 가자!! 가즈아ㅏㅏㅏㅏㅏ!!!!!!!

허무한듸.
그래서 오늘의 훈화.
위기가 와도 댈놈댈. 타이밍을 잘 잡아 들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 증시가 호황이던 2007년 당시 크리스챤 베일성님께서만 홀로 서브프라임 등급 mbs에 문제가 있는 걸 ㄹㅇ 단독 특종으로 발견하고 빅 숏을 친 것처럼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너도 나도 인터넷 종토방 모든 사람들도 숏을 다같이 들고는 가즈아!!를 외쳤지만 ㄹㅇ갈 때까지 버틴 성님, 딱!! 그 타이밍에 죽지 않고 살아계신 성님이 베일성 뿐인 거시다. 기회가 오더라도 그걸 딱 집을 수 있는 타이밍을 맞추는 건 그 때의 개인기 돌파인데, 그래서 주식이 참 쉽지 않다.
내가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아!! imf 또 오면!! 썹프라임 또 오면!! 바로 인생 몰빵 질러서 됒이대야지!! 이게 아니라, 아.. 위기가 온다면 한 템포 거르고, 신중하게 총알을 쪼개가 폭락 하는 날 종가에 분할해서 집어야지. 종목은 회복세가 들어올 때 반등할 만한 우량한 놈으로. 개잡주는 거르고 잡주 중에 낙폭 과대인 놈으로 추린다.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방법을 정했을 것인데.
약 두 달간의 풍파를 전혀 피하지 못한 채, 온몸으로 쳐맞고 난 뒤의 깨달음으로..
위기가 온다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돈을 쪼갠다. 한방에 질러버리면 다음 날 또 떨어졌을 때 손가락만 빨게 된다. 이번 사태의 경우 1,400 초반에서 풀빵 지른 사람들은 이미 두배, 세배 먹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딱 집는다는 건 사실 로또 같은 거랑 다르지 않다. 그래서 챠트를 보자마자 저점과 고점이 한눈에 딱 파악되는 작두탄 무당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돈을 한 10개 쯤으로 쪼개서 미친듯이 폭락하는 날 분할로 사야한다.
종가에 들어간다. 장중에 롤러코스터 타는 나의 가엾은 계좌를 보고 있자면 멀미가 생긴다. 나는 버티고 버티고 물타고 물타서 테마가 돌아올 때 팔아 먹고 잘 빠져 나온 경험이 몇 번 있으므로 버티는 건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너무 쎄게 때리니까 한 두 대 맞고 현기증이 나더라. 현기증이 나면 손가락을 자꾸만 헛딛는다. 그러니 mts일랑 꺼두었다가 3시 27분 쯤 켜서 너무 쎄게 맞은 날 종가에 담자.
한참을 뚜까 맞다가 상승세가 돌아오면 나는 우량 기업만 살아 돌아올 줄 알았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엘지화학에 비중을 두었지. 아차!! 이것도 이딴식으로 무식하게 예측을 하면 안된다. 모든 펀더멘탈이 빠개졌을 때는 우량한 놈만 살아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으로 맞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미국이고 유럽이고 우리나라고 정부 금융당국에서 아주 그냥 토탈캐어 패키지를 바로 준비했기 때문에 개잡주도 올라왔다. 오히려 더 빠르게 살아 돌아왔다. 우량주는 맷집이 있어서 맞을 때도 허허헣 허허헣 설설 쳐맞더니 회복도 음.. 음.. 하며 천천히 돌아오더라.
딱 봤을 때 이건 다 빠개진다. 나랏님도 못살린다. 하면 위에 방법으로 우량한 놈을 찾아 산다. 근데 토탈캐어 패키지가 있어서 잡주도 안죽는다 판단되면 하도 쎄게 맞아 너덜너덜해진 애들을 집는다. 실제로 나의 지트리비엔티는 열흘 쯤 전에 1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어제는 장중에 3만원 부근까지 왔다.
자칭 전문가라는 놈들 중에 제대로 된 늠은 맻 없다. 거르고 걸러서 잘 들어야 한다. 챙겨보던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2월 초에 '스마트머니의 움직임을 포착했는데, 코로나는 성숙기가 지나 쇠퇴기에 든 거 같다. 조금씩 들어가도 괜찮은 때 같다' 하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인생몰빵 질렀다가 위에 개짤처럼 됐다.
허무한듸.
그나저나 코로나 이거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2월부터는 회사에서 급식 먹는 거 말고는 밖에 나가 외식한 적이 없다. 3월 말 아내 생일 때도 배민 주문해 먹었다.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아들 유모차 태가꼬 아내랑 이태원 가서 아점 먹고 오는 거, 그게 그렇게도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단 걸 못나가게 되니까 알았다.
나같은 월급쟁이야 벌 때도 못 벌고 위기에도 별 탈 읎지만, 자영업 하는 친구들은 너무나 괴로워 한다. 뉴스에서 힘들단 얘기 나오는 거 보다 직접 보고 듣는 실상은 훨씬 더 참혹하다. 언능 백신이 나오고 이 전염병이 종식 됐으면 좋겠다. 너무나 좋겠다.
10년 후 금융위기는 이런 전염병 말고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종이 장사 크게 하시는 내가 모르는 큰 성님들끼리 주고 받던 일로 생기는 거라면 좋겠다.
그 때는 저점매수 + 빅쇼트로 이원화 전략을 호날두처럼 구사하여 리얼 개부자 대야지^^
2020년 4월 9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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