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결혼하기 전에, 인상 깊은 뉴스를 본 것이 있다.
남편 월급이 1천만원이 넘으면 사실상 이혼율이 0%라는 기사였다.
아!! 돈을 많이 벌어오면 이혼을 안당하는구나? 생각했었다.
근데 오늘 퍼뜩 생각을 다시 해봉게 그런 단순한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최근 서초동으로 이사를 했다.
기존 집을 임대하고 받은 돈으로 그대로 서초집을 임차했는데,
우리집은 싼 동네에 있고 서초동은 비싼 동네니까^^;;
그러니깐 집이 아주 그냥 좁아지고, 늙어지고, 가닐가닐해지고, 푸석푸석해졌다.
원래 집은 쫌 넓고 신축은 아니어도 준신축에 깨끗하고 아늑하고 포근했다.
서초집은 근 40년이 된 아파트라서 광랜조차도 들어오지 않아서 전화선을 길게 늘어뜨린 VDSL 인터넷을 설치해줬다.
원래 집에서는 침대도 있는 서재방에서 늘어져서는 넷플릭스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아주 가끔 책도 읽고 그랬는데,
캐틀벨도 몇 번 휘두르고, 닌텐도 링피트도 뛰고 그랬는데,
좁아진 집에는 방에 책상과 책장을 딱 넣으니 걸어다닐 공간이 하나도 없이 딱 쨔스트 꽉 차버렸다.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스트레스가 실험용 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하는 내용을 배웠다.
쥐한테 스트레스 주는 방법은 전기충격을 가하거나 여러 개체를 점점 더 좁은 공간에 함께 넣는 것이었다!!
즉, 좁은 공간에 사람을 밀어 놓아 버리면 전기충격을 당하는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인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집에 있는 내내 매 시간, 매 분, 매 초!! 전기충격을 따다닥!! 받고 있는 꼴이 되었으므로,
서터레스를 하도 받아서 사랑하는 아내^^와 자꾸 다투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별 것도 아닌 일(즐겨 입는 반바지가 덜 정리한 이삿짐에 들어가 있어서 못 찾음^^;;)로 투닥거리고 나와서
사무실에 들어오니 딱 그 생각이 났다.
아!! 월 천 벌면 이혼율 0%라는 것이 비단 생활비 때문만은 아니구나!!
저 기사가 날 당시가 2014년, 바야흐로 반포집도 10억에 입주하고, 1억으로 갭투자 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그때인데,
그 당시 월 천을 벌면 무적권 50평대 이상에 살게 되는 것이었다.
집이 넓으니 서터레스가 없고, 전기충격 따다닥도 안당하고,
서로 포근하고 아늑하고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다가 어쩌다 한 번 싸우게 되면
거실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서로 사과를 하게 되니, 아름다운 가정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무리하게 투자하여 주거환경 개선에 힘써야겠다.
2025년 7월 3일 맑음^^
p.s. 그 기사(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19/20140319023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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